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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주교회의
가톨릭평화신문 2016.08.1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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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에 평화-피데이 도눔] 지구 반대편에 뿌린 밀알, 마침내 싹 트다… 피데이 도눔(선교지 파견 교구사제)
▲ 피데이 도눔은 사제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회에 큰 도움이 된다.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주현하 신부가 사목방문한 이용훈 주교(가운데), 공소 신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수원교구 비서실 제공



주현하(수원교구) 신부의 사목지는 지구 반대편 페루의 고산지대 마을이다. 해발 3500m가 넘는 지역이다. 페루 시쿠아니대목구 2개 본당(삐뚜마르카ㆍ체까꾸베본당) 주임이다. 33개 공소도 함께 담당하고 있다. 공소 신자들은 사제를 1년에 1~2번 만날 수 있다.

주 신부는 2014년 이용규(수원교구) 신부와 함께 이곳에 파견됐다. 시쿠아니대목구의 관할 지역 넓이는 강원도와 비슷하고, 신자는 20만 명이 넘지만, 사제는 18명에 불과하다. 그중 10명은 외국에서 온 사제다. 선교 사제가 없으면 교구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국교회,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성장

두 신부는 피데이 도눔 사제다. 피데이 도눔은 신앙의 선물이라는 의미로, 사제가 부족한 교구에 파견된 타 교구 사제를 말한다. 한국 교회는 2015년 말 현재 99명의 교구 사제를 사제가 부족한 전 세계 교회에 선물했다.

외국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기반을 다진 한국 교회가 과거 한국 교회처럼 사제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회에 선교사를 적극적으로 파견하며 나누는 교회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피데이 도눔은 꾸준히 증가해 눈길을 끈다. 2005년 37명이었던 해외 선교 교구 사제는 10년 동안 2.5배 넘게 늘어나 100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보편 교회와의 나눔에 대한 각 교구의 관심이 커진 덕분이다.



해외 선교사제 10년 만에 2.5배 증가

페루 교회뿐 아니라 중남미 교회 대부분이 사제 부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복음화율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선교 지역인 아프리카ㆍ아시아 교회뿐 아니라 지난 2000년 동안 세계 교회의 중심 역할을 했던 유럽 교회도 사제가 부족한 실정이다. 사제 성소가 상대적으로 풍부하고, 젊은 교회인 한국 교회가 해외 선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교 사제에겐 예수 그리스도처럼 가장 낮은 자리의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겸손의 덕목이 요청된다.

지난 7월 수원교구 사제가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페루와 칠레를 사목 방문한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페루와 칠레에서 만난 신자들은 하나같이 신부님을 보내주셔서 신앙생활을 계속 할 수 있게 됐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며 "과거 도움을 받은 한국 교회가 사제가 부족한 교회를 돕는 것은 의무"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해외선교봉사국장 박규흠 신부도 "한국 교회는 세계 교회 일원으로서 받은 만큼 나눠야 한다"면서 "선교하는 교회와 선교사는 많은 것을 내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 훨씬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