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을 해주세요.

로그인
닫기
본당/공동체
가톨릭평화신문 2017.08.09 등록
크게 원래대로 작게
글자크기
크루즈 여행하고 ME 나눔도 갖고
서울 반포4동본당 부부 13쌍 7년 준비해 여행, 추억 남겨
▲ 반포4동본당 ME 부부들이 이탈리아 베네치아 항구의 크루즈선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종생씨 제공



2005년 10월 21일 서울 반포4동본당 ME 9부부가 인천에서 출발하는 배편을 이용해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한라산 종주와 야외 ME 쉐링(부부 대화 나눔) 모임을 겸해서였다. 쫓기듯 종주를 끝내고 돌아오는 배편 3등 칸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언젠가 최고급 크루즈선을 타고 멋진 여행을 가 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그해 12월 송년 모임에서 크루즈 여행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발표됐다. 가장 나이 어린 부부의 막내가 대학에 들어가는 7년 후에 떠나기로 했다. 13부부가 참가를 희망했다. 여행 경비로 분기별 50만 원씩 7년을 모으기로 했다. 본당 신자들은 7년 후의 일을 기약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7년 동안 이사를 하느라 다른 본당으로 옮긴 부부도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 사람의 낙오자도 생기지 않았다.

13부부는 마침내 2012년 8월, 14박 15일 일정의 지중해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다. 13부부는 배에서도 ME 쉐링을 했다. 크루즈선에서의 쉐링은 아마 세계 최초가 아닐까 싶다. 참가자들은 7년 14박 15일 여행이라고 부른다. 함께 꿈을 키워온 7년이라는 준비 기간 역시 또 하나의 멋진 추억을 남긴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모임은 꿈을 키우는 여행자클럽으로 발전했다. 이사 때문에 소속 본당이 달라져 K-ONE 크루즈 모임으로 이름을 바꾼 반포4동성당 ME 크루즈 모임은 6부부가 참가한 가운데 제2차 여행으로 2015년 남미를 다녀왔다. 올해 11월에는 9부부가 아프리카 여행에 나설 계획이다.

뿔뿔이 흩어져 사는 ME 부부들이 지금까지 끈끈한 유대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가톨릭 신앙과 ME라는 공통분모 덕분이다. 1년에 두 차례 국내 여행을 겸한 성지순례를 거르지 않으며, 두 달에 한 번꼴로 자체 문화 행사를 열어 결속을 다진다. 아무리 그래도 하느님과 부부 사랑이 함께하는 ME가 중심에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모임의 총무 김종생(요셉, 59, 서울 서초동본당)씨는 크루즈 여행을 준비하고 다녀온 경험을 토대로 크루즈 여행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바다의 선물! 크루즈 여행 길라잡이」(나눔사)를 펴냈다. 평범한 부부들이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크루즈 여행을 준비하면서 공유한 행복 바이러스를 이웃과 나누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김씨는 "크루즈 여행은 비싼 게 사실이지만 자신을 돌아볼 겨를 없이 평생 일만 하면서 살아온 중년 세대가 한 번쯤은 장기 계획을 세워 도전해볼 만한 꿈"이라며 "죽는 날까지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크루즈 여행이 되기 위해선 미리 준비하고, 부부와 함께 단체로 떠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남정률 기자 njy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