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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가톨릭평화신문 2017.08.1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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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돋보기] 품격있는 죽음 준비하는 대만의 노력
김유리(루치아)정치경제부 기자



호스피스 취재를 위해 대만에 간 적이 있다. 아시아 국가 중 호스피스가 가장 잘 정착된 대만의 이유가 궁금했다. 전문 의료진과 인프라, 정부 지원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었지만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대국민 캠페인이다. 대만에서는 2000년부터 국민배우 쑨웨이가 죽음에 대한 캠페인을 벌였다. 평소에 죽음에 대해 말하고 보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배우 이순재씨가 TV에 나와 죽음과 호스피스에 대한 캠페인을 하는 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만에서는 초등학생 때부터 죽음 교육을 받는다. 중학교부터는 교과목으로 배운다. 죽음 교육을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 고민하고 깨닫게 한다. 그래서 대만에서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답게 살도록 돕는 호스피스도 보편화해있다. 2000년까지만 해도 암 환자 중 호스피스를 받고 세상을 떠나는 비율이 7였지만 2015년에는 56로 증가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대한민국에서 죽음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가족 중 누군가 아플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하고 나서야 비로소 죽음에 눈을 뜬다. 죽음이라는 두려움 앞에서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보다 병원에서 한 번이라도 더 치료를 받기를 원한다.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은 것은 당연하다. 내년 2월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지만, 국민 중 84는 이를 모른다고 대답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잘 살다 가기 위해서는 우리도 죽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캠페인을 시작해야 한다. 대만의 국민배우 쑨웨이는 캠페인에서 이렇게 말한다. "가장 중요한 건 삶의 모든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지요. 그러면 하루를 살든 오래 살든 다를 게 없습니다."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