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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가톨릭평화신문 2017.10.18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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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살릴 수 있게 기도하고 의견내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유흥식 주교, cpbc 시사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사형제도가 없어도 사회 정의를 지킬 수 있습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유흥식<사진> 주교는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사형 집행 중단 20년, 제15회 세계사형폐지의 날 기념식에 앞서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유 주교는 "20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앞으로 어떤 정치적 변동 상황이 오더라도 사형집행을 강행하기란 불가능한 단계까지 왔다는 것을 뜻한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해마다 사형폐지국이 3∼4개국씩 늘고 있고, 사형을 집행하는 나라들에서도 형 집행이 대폭 줄고 있다"면서 "법률상 사형폐지국 108개국 가운데는 사회 발전이나 치안 수준이 우리보다 훨씬 열악한 아프리카나 중남미 여러 나라도 포함돼 있는데, 세계 11위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아직도 사형제도를 폐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흉악 범죄가 잇따르는 현실 때문에 사형제 폐지 반대 여론이 아직도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사형제 찬성 쪽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1981년 사형제도를 폐지한 프랑스에서 의회가 올바른 입법을 하는 것이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멋진 말을 남기고 사형제를 폐지한 것을 기억하라"고 권고했다. 또 "흉악 범죄에 대한 형량을 높이고 사형을 시키라거나 심지어는 소년법을 폐지하라는 청원이 나오는데, 이런 즉흥적 감정 대응이나 강성 형벌이 사회를 지켜 준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을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란 인과응보의 원초적 감정을 만족하게 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생명은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기에 흉악범은 물론 국가나 그 누구도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가 없습니다."

유 주교는 "19대 국회에서 172명이나 되는 국회의원들이 사형제 폐지에 찬성했는데도 본회의 전 단계인 법사위에서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논의 자체가 무산된 것은 무척 유감스러운 일이고, 이 같은 비민주적 관행은 하루빨리 고쳐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본회의에 상정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원들의 뜻을 묻는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이미 국회의원들 사이에 서명을 받는 작업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유 주교는 이어 "사람은 하느님의 모상을 닮았기에 인간은 교회가 나아갈 길이고 인간을 위한 것이 바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길"이라며 "한때 큰 범죄로 세상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있지만, 사형수들도 끝까지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살 수 있도록 기도하고 그런 일에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내는 그리스도인이야말로 살아있는 그리스도인"이라고 역설했다.

정리=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