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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가톨릭평화신문 2017.10.18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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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 정진석] (70) 젊은이는 미래의 희망이다
청년들의 손 잡고 꿈과 희망을 노래하다
▲ 한국 가톨릭 청년들 축제인 제1회 한국청년대회가 2007년 8월 18~21일 제주교구 전역에서 열렸다. 정진석 추기경은 청년들과의 열정적인 만남과 대화를 통해 사랑과 희망을 주고 감동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정진석 추기경에게 청소년은 특별한 사목 대상이자 늘 관심이 쏠리는 이들이었다. 자신이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지나오며 성소를 싹 틔운 체험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더불어 정 추기경은 학창시절의 체험이 이후 적지 않은 삶의 시간을 지탱한다고 믿었다. 학창시절 책 읽기 습관을 통해 삶에 큰 영향을 받았기에 정 추기경은 청소년 시절의 중요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정 추기경은 교회의 미래는 젊은이들의 신앙에 달려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교회는 바로 지금 이 삶의 자리에서 젊은이들의 신앙에 깊은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확신했다. 그럴 때 비로소 교회도 열정적인 젊음에 힘입어 신앙의 활력과 힘을 잃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교회의 사명은 젊은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참된 관심과 사랑으로 그들을 보살피는 것만이 아니다. 교회가 젊은이들의 능력과 인격을 존중하고 그들의 자리를 교회 안에 만들어 줘야 한다. 정 추기경은 피상적이 아닌, 진지하고 구체적이며 참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 추기경은 2005년 교구 교육국의 명칭을 청소년국으로 전격적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유아에서 청년에 이르는 신자를 아우르는 통합 사목을 펼치도록 했다. 청소년국으로 명칭을 변경한 것은 교회가 더 적극적으로 젊은이, 특히 청소년들에게 다가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명칭 변경이 기존의 교육국 업무를 청소년층으로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젊은 교회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교구의 뜻이라고 밝혔다. 정 추기경은 명칭을 바꿨을 뿐만 아니라 명동에 청소년 문화공간 주(Ju, Jesus loves you의 약칭)를 개관하는 등 청소년 사목을 강화하기 위한 문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청소년들이 교회를 찾아오길 기다리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서려는 서울대교구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 정진석(오른쪽에서 두 번째) 추기경이 2008년 11월 3일 가톨릭유스센터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고 있다.



2008년에는 가톨릭유스센터(CYC)를 서울 동교동 교구 부지에 준공하기도 했다. 정 추기경은 대학가가 밀집한 신촌 인근에 청년들의 사랑방으로서 교회 울타리를 넘는 젊은이들의 만남과 교육, 문화 공간을 만들기를 희망했다. 청년들은 함께 모여야 에너지가 모이고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가톨릭유스센터가 청년들의 건전한 문화 활동에 도움을 주는 전용 공간이 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유스센터가 건립되면 전시와 춤, 음악회, 연극 등 젊은 세대가 누리는 다양한 문화 접속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민과 학생, 청년, 직장인들에게 개방할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청소년국 산하 청년부와 대학생사목부 등 청년 관련 부서가 이곳에서 청년 사목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도록 했다.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청년 사목의 청신호였다.

▲ 2010년 5월 17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정진석 추기경과 함께하는 전ㆍ의경 젊은이들의 생명 사랑 문화를 위한 성년의 날 행사에서 기념 촬영하는 정진석 추기경.



정 추기경은 신자 청년만 아니라 신자가 아닌 청년에게도 관심도 많았다. 그래서 우연한 기회에 명동대성당에서 서울경찰청 소속 의경들을 대상으로 성인식을 열어 주고 특별 강의를 하게 된 것을 매년 이어갔다. 당시 의경들은 나이도 어리고 시위 진압 등 시내에서의 직무 수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정 추기경은 의경들을 만나 마치 손자들에게 당부하는 마음으로 강의했다.

"여러분은 각자 다르게 태어났습니다. 세상에서 단 한 명의 존재로, 사랑의 결과로 탄생하였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특별한 존재입니다. 먼저 여러분은 고귀한 존재이므로 스스로 사랑하고 귀하게 여겨야 합니다. 여러분은 젊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꿈을 갖고 앞으로 나가기를 바랍니다."

정 추기경과 젊은이들의 만남은 2007년 제주도에서 거행된 제1회 한국 가톨릭 청년대회 미사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대회의 절정이었던 미사와 축제 한마당을 준비하던 성이시돌센터에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졌다. 3시간가량 쏟아진 비로 리허설이 취소되기도 했다.

그런데 미사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서쪽 하늘에 십자가 모양으로 구름이 생겼고 동쪽 하늘에 무지개가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수천 명의 청년은 이 광경에 크게 환호했다. 정 추기경은 이날 서임 후 처음으로 제주교구를 방문해 청년들을 만났다. 미사 말미에 그는 인상적인 인사말을 남겼다. 마이크를 들고 제단 앞으로 나온 그는 청년들의 대답을 유도해가면서 분위기를 북돋았다.

"젊은이 여러분!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지켜주십니다. 이곳에서 만난 같은 마음을 지닌 청년들이 함께 기도드리세요. 하느님께서는 무엇이든 들어주실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정 추기경은 웅변조로 인사말을 이어나갔다. 이내 장난기가 발동한 정 추기경이 "믿습니까?"를 외치자 젊은이들은 "믿습니다, 아멘!" 하며 모두 큰소리로 응답했다. 노(老) 사제와 젊은이들과의 열정적인 만남과 대화는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 "여러 청년과 함께 있으니 나도 젊어지는 느낌이 든다"며 말을 마치자, 젊은이들도 손뼉을 치며 큰소리로 "오빠! 오빠!"라고 화답해 장내가 웃음바다를 이뤘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당신의 도구로 쓰려고 태어나게 하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결코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아시겠죠?"

한참을 웃던 정 추기경은 청년들에게 다시 신신당부했다. 청년들은 추기경이 말할 때마다 귀를 기울이고, 연신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다. 일부 청년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정 추기경의 인사말이 청년대회의 절정을 연출했다.

미사가 끝나고 정 추기경에 버스에 올라타자 미리 앉아 있던 사제들이 장난스럽게 "오빠! 오빠!" 하며 반겼다. 그러자 정 추기경은 "이런 인사말은 내 평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야!"라면서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정 추기경은 열띤 강론 속에서 어떻게든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 사랑의 마음이 청년들에게 닿아 기쁨의 응답이 이어졌으리라. 젊은이들은 우리 교회와 국가의 미래다. 정 추기경은 이 생각이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 믿었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