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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12.1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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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달레나의 집’ 문 닫는다
1985년 국내 최초로 설립한 피해 여성들 ‘친정집’ 10대 가출 여성 사도직으로 전환…그룹홈도 운영
▲ 막달레나의 집 쉼터 마지막 송년 미사에 함께한 성매매 여성을 위한 상담소 소냐의 집 대표 심선진 수녀가 이옥정 막달레나공동체 대표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오세택 기자



"아듀, 용산! 잘 살고, 합정동 새 둥지로 갑니다."

1985년 7월 22일. 지금은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기념일이 된 32년 전 그날, 전국 최초이자 유일의 성매매 피해 여성 쉼터 막달레나의 집이 태어났다. 30년 넘게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친정집이 돼 준 막달레나의 집이 올해 말 문을 닫는다. 전셋집을 비워 달라는 집주인 요청에 이사 갈 곳을 찾아봤지만 법적 시설 기준을 맞출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다.

이에 (사)막달레나공동체(대표 이옥정)는 가출과 성폭력, 성매매, 위기 상황에 놓인 10대 여성 진료소와 성매매 예방 교육, 상담 사업을 하는 서울시립청소녀건강센터 나는봄과 성매매 피해 여성 그룹홈, 나이 든 60∼70대 성매매 여성 지원이라는 새로운 사도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 성매매 피해 여성 쉼터가 서울에만 5곳, 전국적으로 40여 곳이 있는 데다 새로운 쉼터 자리 마련도 어려워 막달레나의 집의 문을 닫고 새로운 사도직으로 방향을 틀었다.

막달레나의 집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하는 문애현(Jean Maloney, 메리놀수녀회) 수녀는 "막달레나의 집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사랑이 넘치는 밥상 공동체였다"며 "쉼터를 접고 새로운 사도직으로 가더라도 마음속에 막달레나처럼 예수님 사랑을 마음에 품고 나누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사)막달레나공동체는 11일 서울 용산구 백범로 막달레나의 집에서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장 박경근 신부 주례로 마지막 미사를 봉헌했다. 막달레나공동체 후원 은인을 위한 송년 미사도 겸했다. 미사에는 막달레나공동체 담당 서유석 신부, 교구 사무처장 홍근표 신부, 부산교구 청소년사목국장 김대성 신부, 서울 불광동본당 부주임 강신구 신부, 예수회 정찬용 신부 등 사제들과 수도자, 평신도, 성매매 피해 여성 등 60여 명이 함께했다.

이옥정(콘세크라타) 막달레나공동체 대표는 "이제는 쉼터가 아니라 갈수록 느는 10대 가출 여성들을 위한 사도직을 확대하고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위한 그룹홈, 고령의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새로운 사업을 하기로 했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박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막달레나 공동체의 역사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통해 이루시는 구원에 우리가 어떻게 참여하는가를 보여 주는 역사"라며 "지나온 시간 동안 공동체 역사에 함께하신 많은 분, 특히 은인들께 감사를 드리고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는 이들과의 동행을 통해 주어지는 위안과 기쁨을 기억하며 더 큰 사랑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