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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3.21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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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사랑 방식은… 가난뱅이 사랑
모리스 젱델 신부 피정 간론 책으로 엮어
▲ 감탄과 가난



감탄과 가난

모리스 젱델 글 / 이순희 옮김 / 성바오로 / 1만 5000원




우리 삶 속에서 하느님 나라가 실현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인간은 하느님을 닮은 존재이지만, 회개 이전의 인간은 모두 불완전하다. 자기 본능의 결과물이자, 육체의 종이기도 하다. 이처럼 한낱 우주의 작은 파편에 불과한 우리는 그러나 하느님이 비추는 빛에 의해 자신의 존엄성을 자각하게 된다.

철학박사이자 신비가였던 스위스의 모리스 젱델 신부가 베네딕도회 수녀들에게 피정 중에 전한 강론을 책으로 엮었다. 그는 하느님의 사랑은 내어줌이라는 삼위일체의 신비를 통해 드러난다고 강조한다.

"가장 위대한 사람은 자비로운 사람이다. 끝까지 자신을 내어주는 사람이다." 젱델 신부는 이처럼 사랑의 교환이야말로 진정한 위대함을 지닌다고 설파했다. "하늘나라는 정의로운 사람의 영혼이다"라고 전한 성 그레고리오의 말처럼 젱델 신부는 하늘나라를 지금 이곳에 실현한다면 모든 인간 행위가 새로운 차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젱델 신부는 감탄하는 삶을 강조한다. 비법은 낡은 나의 내면, 자기만족에서 벗어나 꾸준히 타자를 향하면 된다는 것. 사랑으로 모든 것을 내어주는 무한한 가난은 자비에서 비롯되는 위대함이기에, 자비로움은 타인을 향한 감탄으로 이어진다. 그에 따르면 하느님에게 가난은 참 행복이다. 하느님은 무한한 능력을 가졌지만, 사실 모든 것을 다 소유한 대부호가 아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내어준 가난뱅이다. 하느님은 더는 우리가 종처럼 복종해야 하는 주인이 아니다. 우리와 사랑의 혼인 계약을 맺은 분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젱델 신부는 "하느님은 악과 대립하는 분이 아니다"라고 못 박는다. 하느님은 사랑하기를 거부한 사람들까지 사랑하는 연민의 완전체이기 때문에 우리도 악의 순환을 끊는 사랑의 응답을 해야 한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하느님의 음성에 기쁨으로 응답하고, 기쁨을 위해 일할 때 우리는 하느님이 주는 영원한 약혼 금반지를 낄 수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