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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복음/말씀
가톨릭평화신문 2018.03.21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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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사이야기] (38)한반도 평화 위해 기도하고 미사하고
천향길 수녀(베네딕타, 성바오로딸 수도회)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남북한의 교류가 활발해졌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감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꿈을 꾸는 것 같다. 성령의 바람처럼 느껴진다. 분단의 역사가 길어질수록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하면서도 막막했다. 그러나 하느님은 자비하시다. 우리에게 희망의 물꼬를 터 주셨다. 요즘 관련된 뉴스를 들을 때마다 선물을 받는 것 같다.

수녀원에 입회해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말은 삶의 전례다. 내가 의식하고 살아가는 매 순간이 기도가 되고, 미사의 봉헌예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기뻤다. 우리 수도회 설립자 알베리오네 신부님은 미사를 최고의 기도라고 하셨다. 성체조배를 여러 번 하는 것보다 미사를 정성껏 드리는 것이 더 낫다고 하셨다. 때로는 기도로, 때로는 단식으로, 때로는 희생과 선행과 보속으로 일상의 삶 안에서 작은 예물을 준비해 미사 때 봉헌한다.

수녀원에서는 사순시기만 아니라 매주 한 번씩 단식을 한다. 기간은 우리나라가 통일되는 그 날까지다. 한국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차원에서 모든 수도회가 연대하여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1년에 네 차례 있는 수도회 고유 대축일 9일 기도는 물론 사순시기와 대림시기 특별 기도 지향이나 신자들의 기도 때에도 우리나라를 위한 기도는 거의 빠진 적이 없다. 몇 년 전부터는 자주 산 이를 위한 미사로 우리나라를 위해 바치고 있다.

공동체 수녀님들도 요즘처럼 나라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 본 적이 없다고 하신다. 정치인들 행태를 보면 민생을 위한 노력보다 이념을 앞세워 정쟁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아직도 색깔 논쟁이 통하는 걸 보면 6ㆍ25전쟁의 상흔이 얼마나 깊은지 헤아려보게 된다. 어쩌면 이 원체험에서 해방되는 날, 진정한 통일이 되지 않을까? 그뿐인가, 우린 세상의 아픔에 마음으로 동참한다. 그러나 급변하는 세상에서 수도자로 살아간다는 건 쉽지 않다.

시국 미사와 촛불집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 나라가 걱정되는 건 수도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수녀가 기도나 하지 왜 나왔느냐고 적대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있었다. 그땐 무섭고 시끄러워지는 것이 싫어 자리를 옮겼지만, 타인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수도자는 기도하는 사람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참석했고 함께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끼리도 이렇게 반목하는데 체제가 다른 남북한이야 말해 무엇하랴?

이런 분위기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잡혀 있음에도 한편으론 걱정이다. 서로의 상처를 찌르고 헤집기보다 보듬어주고 싸매주는 너그러운 마음이 필요하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말씀하셨다. 남한과 북한, 한국이 두 개냐고? 그분은 아니라고 하셨다. 한국은 하나이지만 갈라져 있는 것이라고 했다. 가족이 갈라져 있는 것이라고. 이 가족이 하나가 되려면 기도하는 길밖에 없다고 하셨다.

우리는 기도했다. 앞으로도 기도할 것이다.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미사는 계속 봉헌될 것이고 주님은 우리의 부르짖음을 들어주시리라 믿는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한반도를 넘어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 주님, 당신의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