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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가톨릭신문 2018.05.15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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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성모님께 드리는 편지

성모님! 성모님! 울렁이는 가슴으로 또 불러봅니다.
여리디 여린 어머니! 아침 이슬처럼 맑고 순결하신 어머니!

어느 날 갑자기 천사가 나타나
성령으로 잉태하셨음을 알려줬을 때 얼마나 놀라셨습니까?
아무런 생각이 안 나셨겠지요. 머릿속이 그냥 멍해지셨겠지요.

내가 애를 배다니,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세상에 알려지면 돌팔매에 맞아 죽을 수도 있을 일인데,
또 요셉은 나를 어찌 생각할까? 아, 두렵다.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대답을 해야 하지? 하고 허둥대셨겠지요.
그러시다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하고 대답하셨지요.
무섭고 놀랍고 당황스러워 어찌할 줄 몰라 하시다가 엉겁결에 대답하셨겠지요.
"아니어요. 저는 아닙니다"라고 대답했다가 어떤 무서운 벌을 받을 런지도 몰라 겁도 나서
그렇게 대답하셨겠지요.

그런데 성모님! 가냘픈 우리 어머니! 대답 참 잘 하셨습니다.
그때 그렇게 대답을 안 하시고 "나는 몰라요. 내가 아닙니다"라고 하셨더라면
우린 어찌 되었겠습니까? 생각만 해도 아찔한 순간입니다.
대답 참 잘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살았습니다.
성모님의 그 짧은 대답 한 마디가 우리 인류를 구원하였습니다.
성모님의 그 대답이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모두 구원을 받지 못하고
멸망의 길을 걷다가 지옥의 불구덩이 속으로 떨어져 버릴 뻔 했습니다.

아, 정말로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무도 감사합니다.
더욱이 주님께서는 십자가 상에서 숨을 거두시기 직전에
성모님을 우리의 어머니로 확인시켜주시기까지 하셨습니다.

엉겁결에 잉태하시고, 마구간에서 낳으시고, 멀리 애급땅으로 피신해 사시다가 돌아오셔서는 온갖 모욕을 다 당하시면서 무거운 십자가 메고 골고타언덕을 오르시다가 지쳐 쓰러지시는 아드님을 보시고 얼마나 가슴속으로 우셨습니까? 결국에는 십자가에 두 손과 두 발에 못 박혀 매달린 채 숨을 거두시는 아드님을 보시고 얼마나 쓰리고 아픈 고통으로 통곡하셨습니까?
당신은 그 어려움을 다 이겨 내시고 주님께서 우리 모두를 구원하게 해주신 성스러운 어머니이십니다.

오늘 당신의 그 거룩하고 성스러움을 기억하고 찬송하고 기리기 위해서 당신의 상 앞에 이렇게 모였습니다. 하늘나라에서 내려다보시고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어 저희의 기도가 다 이루어지도록 주님께 전구해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게 하시고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 억울한 옥살이하는 이 없게 하여 주시고, 굶주리는 이 없게 하여 주시옵소서. 남과 북의 7천5백만 온 겨레가 평화로움 속에서 오순도순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멘.


최경식(토마스 아퀴나스·서울 세검정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