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2018 복음의 기쁨으로]3.청년들에게 신앙을 불어넣으려면(상)

(평화신문)
▲ 한국 가톨릭 청년들 축제인 제1회 한국청년대회에 참가한 청년들이 신앙의 즐거움을 나누는 모습. 가톨릭평화신문 DB



“명동성당에서 농성할 계획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밀리던 시민들이 대거 성당으로 들어왔다. 밤 10시경 800여 명으로 불어난 명동성당 내 시위대는 횃불을 들고 맹렬한 투석전을 벌여 경찰을 밀어낸 뒤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바리케이드가 무너지고 최루탄이 성당마당에서 작렬하였다. 이날 다친 임병진 군은 오른쪽 눈을 실명하였다… 수녀들이 계속 김밥을 날랐고 상인들은 학생들을 자식같이 보살폈으며 계성여고 학생들은 도시락을 건넸다.”<본지 1988년 6월 25일자 제6호 ‘87년, 88년 6월, 그 역사의 현장을 재현한다’ 기사 중>

“혈육을 부여잡고 말을 잇지 못하는 이산가족의 모습은 이 땅의 현실이며 노동 형제들, 학생, 공무원, 경찰, 사병 등 반쪽이 된 조국의 구성원들이 처해 있는 현실은 차마 양심을 지닌 인간을 편안히 있지 못하게 하는 상황입니다. 척박한 팔레스티나에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한 인간이 고향 전에 느낀 마음을 알 것도 같습니다. - 88년 5월 명동성당서 할복 투신한 조성만”<본지 1988년 11월 26일자 제28호 ‘침묵과 안일 거부, 스스로를 태워 시대 밝히다’ 기사 중>

가톨릭평화신문 창간 30주년을 맞아 1988년 신문을 펼쳤다. 그 시대 가톨릭 청년들의 활동상을 엿보기 위해 ‘청년’을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했다. ‘대학가 넘치는 통일 물결, 분단고착 논리 깨는 활력소’, ‘남북 학생회담 출정식, 통일원년 열겠다. 청년들 불꽃의지’, ‘노동현장 복음화에 앞장서는 가톨릭노동청년회(JOC)’, ‘외국 농축산물 도입에 종교단체 직장인, 청년 농촌활동 활발’….

1987년 6월 항쟁 직후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새 시대를 향한 열망으로 들끓어 올랐던 1988년 청년들을 마주했다. 그 시대 청년들은 변혁의 중심에 서 있었고 명동을 비롯한 전국의 가톨릭교회는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무대 그 자체였다.

그로부터 30년. 1988년 청년들이 장년이 될 시간 동안 우리 사회는 수많은 변곡점을 지나왔다. 수차례 정권이 바뀌었고 IMF, 세계금융위기 등을 지나오면서 생활양식, 노동 환경 등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시대에 따라 그 속에 살아가는 청년들의 관심사와 고민도 변했다. 가톨릭교회 역시 시대의 징표에 따라 그 기능과 역할을 바꿔오면서 청년들과 함께했다. 2018년 오늘 이 시대 가톨릭교회의 ‘청년’ 키워드는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가톨릭교회가 오늘날 청년사목을 이야기하기 위해선 대한민국 청년의 현주소를 먼저 짚어봐야 한다. ‘왜 성당에서 청년들이 사라지는지, 현실 속에서 청년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교회는 청년들에게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 그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서울에 사는 30세 직장인 남성 A씨는 올해로 사회생활 5년 차에 접어들었다. 대학 졸업 후 1년 반 동안 취업 준비 기간을 가졌고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제 조금 안정을 찾았지만, 미혼인 A씨는 여전히 부모님 집에 얹혀살고 있는 이른바 ‘캥거루족’이다. 서울에 내집 마련을 하려면 월급을 꼬박 모아도 20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독립을 늦추고 있다. 주말에는 대체로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 친구들 사정을 봐도 대체로 비슷해 서른을 넘겨도 좀처럼 결혼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통계로 재구성한 2018년 평균 청년의 모습이다. 취업문이 좁아진 탓에 청년들은 평균 1.4년 동안 준비 기간을 가지고 26.2세에 첫 취업을 한다. 취업 준비 기간에는 생활비와 스펙쌓기 비용 등으로 평균 468만 원을 쓰는데 아르바이트를 하거나(60.2%) 가족에게 손을 벌린다.(66.3%, 복수응답) 그나마도 2006년 이전에는 10명 중 8명 이상이 첫 취업에서 정규직 자리로 갈 수 있었지만 최근 정규직 비중은 60.5%에 불과하다.(신한은행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참조)

학업 기간이 늘어나고 취업이 늦어지면서 결혼과 출산도 늦어지고 있다. 2017년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32.9세, 여자 30.2세로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1988년 평균 초혼연령이 남자 27세, 여자 24세였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6세 가까이 높아졌다. 나이별 혼인 추이를 보면 남녀 모두 20대 이하의 혼인은 감소하지만 30대 이상 혼인 건수는 지속해서 증가해 30대 초반(37.1%), 20대 후반(21.6%), 30대 후반(18.2%) 순으로 나타난다.(통계청 ‘2017 혼인 이혼 통계’ 참조)



치열한 경쟁과 생존으로 내모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청년들에게 신앙생활은 마치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서울연구원 ‘2017 서울 사회학’ 조사에 따르면 젊은층(20~39세)의 유종교율 추이는 2007년 47.3%에서 2017년 42.8%로 10년간 4.5%포인트 줄었다. 보고서는 경제적 영향을 받아 종교 활동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경제·시간적 빈곤층’이 종교 활동에 진입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2012 청년 신자의 신앙생활 조사’를 보면 ‘현재 자신의 신앙생활 유지에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 대부분 학교나 직장 등에서 일로 인한 시간과 여유 부족(44.2%)을 꼽는다. 서울 가톨릭학생회 ‘2015 신앙실태 조사에서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물었더니 학업(29%), 가족(23.1%), 취업(17.9%), 건강(12.7%)을 우선순위로 꼽았고 종교는 3.5%에 불과했다.

‘피곤한 일요일, 성당에 가면 밥 먹여주나요?’라고 묻는 청년들에게 교회는 어떻게 응답하고 있을까. 각박한 사회생활 속에서 정신적, 심리적 위안을 찾아 헤매는 이들을 교회로 불러오기 위해 교회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유은재 기자 you@cpbc.co.kr